화투를 고안해 낸 사람은 일본인이다.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뱃사람들에 의해 한국에 유입되면서 화투로 불리게 되었다. 일본 화투가 수입되기 전, 조선에서는 숫자가 적힌 패를 뽑아 우열을 겨루는 ‘수투(數鬪)’가 널리 행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화투가 들어오면서 수투가 밀려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것을 보면, 단순한 숫자보다 세련된 이미지(꽃그림)를 좋아하는 것은 1세기 전이나 요즘이 비슷한 것 같다. 화투는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다!
한국인들은 세 사람 이상만 모이면, 어디든지 고스톱 판을 벌인다. 그런데 정작 화투 48장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월별로 각각 4매씩 총 48장으로 구성된 화투는 일본 문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교육적인 교훈까지 담겨져 있다. 우선 1월은 20점짜리 삥 광, 5점짜리 홍단, 그리고 2장의 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적 코드다. 또 소나무는 가도마쯔(門松; かどまつ) 행사에 소나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 학을 의미하는 츠루(鶴; つる)가 소나무를 뜻하는 마쯔(松; まつ)의 말운末韻을 이어 받는 것도 일본식 풍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하이쿠(俳句; はいく)라는 일본의 전통 시구詩句를 적을 때, 그 종이를 사용하며 크기는 대략 가로(6cm)×세로(36cm) 정도가 된다. 여기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청색과 적색에 관한 한일 양국간의 시각 차이다. 1, 2, 3월이 매우 상서로운 달임을 시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개최된다. 또 꾀꼬리는 ‘우구이스다니’라는 도쿄의 지명에도 남아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새다. 그런데도 2월의 화투에 꾀꼬리가 그려져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다만, 꾀꼬리와 매화가 봄의 전령사임을 노래하는 대표적 시어詩語인 동시에 꾀꼬리의 일본어 표기인 우구이스(うぐいす)와 매화를 뜻하는 우메(うめ) 간에 두운頭韻을 일치시키려는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상춘객들이 화투 하단의 숨겨진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국내의 모든 회사가 광고 멘트로 사용했던 ‘숨어있던 1인치를 찾았다!’고 외치면, 그 만막 안에서 낮술에 취한 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상춘객이 그대로 튀어나올 법도 하다.
4월의 화투 문양은 흑싸리가 아니라 등나무 꽃이다! 4월은 일본에서 등나무 꽃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다. 등나무는 일본 전통시의 시어詩語로 쓰이는 여름의 상징이며, 4월의 화투 10점짜리에 그려져 있는 두견새 역시 일본에서 시제詩題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등나무 꽃을 한국 사람들이 ‘흑싸리’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월 화투의 그림]
한편,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5월의 화투에 등장하는 것이 ‘난蘭’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국 사람들은 5월의 10점짜리 화투에 나오는 3개의 작은 막대기는 애연가들이 좋아하는 딱성냥으로, T자 모양의 막대는 건축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도용 막대 자’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5월 화투의 그림]
여기서 T자 모양의 막대는 붓꽃을 구경하기 위해 정원 내 습지에다 만들어 놓은 산책용 목재 다리이며, 3개의 작은 막대기는 목재 다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6월 화투의 그림]
6월의 화투 문양은 모란꽃이다. 일본인들의 가문家門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화韓國畵에서는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것이 오래된 관례慣例라고 한다. 연유한다고 한다.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적으로 6, 9, 10월의 화투 5점짜리에는 청단이 있는데, 일본에서 청색은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암시하는 색상이라고 한다. [7월 화투의 그림] 7월의 화투 문양은 싸리나무다. 나머지 화투에는 싸리나무만 등장한다. 7월이었기 때문이다. [8월 화투의 그림]
8월의 화투 문양을 보면 산山, 보름달, 기러기 3마리가 등장한다. 또 한국에서 제작되는 8월의 화투에서 검은색으로 처리된 것이 산이다. 10점짜리와 피에서 흰색으로 처리된 부분은 하늘을 의미한다. 일본의 화투에는 억세 풀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일본에서도 8월 달이 1년 중에서 제일 바쁜 추수철이기 때문에 한가롭게 시詩를 쓰고 낭송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시사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고스톱꾼들이 9월의 화투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9월은 일본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계절이다. 이는 9세기경인 헤이안 시대부터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를 한다. 특히 국화가 일본의 왕가王家를 상징하는 문양임을 고려할 때, 그것은 일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놓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권세와 부귀가 영원하기를 기원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9월의 화투 가운데 10점짜리 화투만이 자기 맘대로 쌍 피(2장의 피)가 될 수도 있고, 10점짜리 화투로 남을 수 있는 특권을 갖는 것도 바로 9월의 10점짜리 화투가 일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9월 화투의 그림]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9월의 화투문양 중에서 10점짜리 화투만 보면, 신라시대의 고관대작들이 포석정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임금과 자신들의 태평泰平과 안녕安寧을 기원했던 풍류가 연상된다. 술잔을 의미하는 사카즈키(さかずき)와 국화를 뜻하는 키쿠(きく)간에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연속성을 갖는 점도 흥미 있는 일이다. [10월 화투의 그림]
일본에서 10월은 전통적으로 단풍놀이의 계절인 동시에 본격적인 사슴 사냥철이다. 그러한 계절의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일치하는데, 이것 역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화투 ‘오동’과 ‘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차이 11월과 12월을 의미하는 화투는 한 일 양국간에 큰 차이가 있다. 즉 일본에서는 ‘비’가 11월의 화투이고 ‘오동’은 12월의 화투이다. 에도江戶시대의 카드였던 ‘카르타’에서 맨 끝인 12를 의미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1월 화투의 그림]
고스톱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동이다. 오동만이 유일하게 3장이다. 9월의 화투도 피가 3장이 될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더러움, 지저분함, 고약한 냄새의 이미지를 주는 오동이, 왜 고스톱꾼들에게는 제일로 각광받는 화투패가 되었을까? 고구마 싹 같은 것이 등장한다. 한국인들은 그 대상이 무엇이고, 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나타내 주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일본 화투를 보면, 오동잎이 매우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금도 일본 정부나 국,공립학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쯤 되면 일본인들이 왜 그렇게 오동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감이 잡힐 것이다. 단지 점수를 나는데 유리한 화투 오동의 광光과 3장의 피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더 끗발이 세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화투 ‘오동’이 더 세다고 말할 수 있다. 오동의 광을 갖고 있으면 광 박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화투의 그림]
12월의 화투문양을 보면 20점짜리 ‘비’광에는 양산을 쓴 선비, 청색의 구불구불한 시냇가, 개구리가 등장한다. 정체불명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스톱에 사족을 못 쓰는 노름꾼들에게 광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화투 패가 엉망일 때, 제일 먼저 집어내 버려야할 대상으로 지목되는 '비’광을 보노라면, ‘광 팔자가 따라지 팔자’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렇지만 고스톱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필자의 경우, 5개의 광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광이 다름 아닌 ‘비’광이다. 화투 ‘비’에 숨겨져 있는 엄청난 비밀과 교훈 절기節氣상으로 12월은 추운 겨울에 해당된다. ‘떠나가는 김삿갓’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등장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하다. 그러나 ‘비’광 속에 나오는 그림은 과거 일본 교과서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한 ‘오노의 전설’을 묘사한 것이다. 활약했던 당대 최고의 서예가다. 한국 화투에서는 일본 화투에 나오는 그 선비의 갓 모양만 일부 변형시켰을 뿐, 나머지는 일본 화투와 동일하다. 일치하는 것도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오노의 전설’에 대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그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오노는 연속적인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개구리의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았다. 여기서 포기해서 되겠는가?”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 붓글씨 공부에 정진하였고 결국 일본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고 한다. 또 쌍 피로 대접받는 ‘비’피의 문양을 보면,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방안의 커튼, 문짝 등 여러 가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비’피의 문양은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종의 쪽문’으로서, 라쇼몬羅生門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한편, ‘비’피가 쌍 피로 대접받는 것은 라쇼몬이 죽은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귀신이 붙어있을 것이고 따라서 귀신을 잘 대접해야만 해코지를 면할 수 있다는 일본인의 우환의식憂患意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와 비슷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없는 날인가의 여부다. ‘손님’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고스톱꾼들이여, 이제 우리도 반성 좀 하며 살자! 이처럼 일본인의 세시풍속과 문화의식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 화투가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는 것은 정말로 부끄럽고 수치스런 일이다. 되돌아보아야 한다.
더구나 화투는 화해의 놀이가 아니다. 언제나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판돈을 챙긴 사람이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 딴 돈을 고스란히 되돌려 주지 않는 한, 노름꾼들간의 화해는 불가능하다. 오락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 화투를 만든 일본인들은 화투를 즐겨하지 않는다. 한번 정도 즐기는 놀이로 전락해 버렸다. 한편에서는 일본과 일본인들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화투에 미친 한국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필자는 한국인의 이중적 사고와 성격을 재발견하게 된다. 끝으로 화투 48장에 숨겨진 비밀에 대하여 글을 쓸 수 있도록 관련 자료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동덕여대의 이덕봉 교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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